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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배틀러-라이트노벨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스포일러)
작성일: 14-10-01 20:18 조회: 3,028 추천: 0 비추천: 0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학교라는 배경 내부에서 플롯의 서술과 동시에 사실이 되버리는 현실구현이라는 소재로 소설이라는 매체를 탐구해나가고, 그 와중에 작가 자신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가치를 드러내는군요.
솔직히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라이트노벨에 이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작품이 있을 줄이야. 광고만 봤을 땐 설정에 왜 이렇게 구구절절 불필요한 제약을 걸어놓나 싶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군요. 전부 맞는 말이니까요. 개연성 없는 캐릭터는 독자에게 공감을 주지 못하고, 인과관계 없는 플롯은 스토리 전체를 납득시킬 수 없으며, 작품을 통해 창조된 사물들은 작품 바깥으로 나갈 수 없지요. 반대로 이 조건들만 담지하고 있다면 내용이 얼마나 엉망이든 그것은 소설로써 기능하며, 외부의 독자들에게 읽히는 순간 하나의 작품이라는 현실로 인정받고요.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의 플롯을 편입시키려는 노벨 배틀은 폭주하는 스토리를 어떻게든 말이 되는 내용으로 통합시키려는 소설 창작의 눈물겨운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굉장히 유쾌한 발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설정을 이용해 쓰여진 본작의 내용 또한 기상천외한데, 특히 1권 자체의 완성도는 다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소설을 쓰면 현실이 되는 공간에서 노벨 배틀을 통해 학교를 구하고 용기를 배우게 된 우리의 주인공 씨. 그러나 내용의 끝을 보게 된 주인공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리셋으로 인해 주인공 혼자서만 노벨 배틀 이전의 시간대로 돌아오게 된, 변하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야 물론이죠. 독서라는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독자가 무언가를 보고 느끼더라도, 독서가 끝나고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소설이라는 허구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되니까요. 제아무리 감동적인 글을 읽으며 글 속에서 깨달음을 얻더라도 현실은 변하지 않죠. 변한 건 자신일 뿐.
그리고 노벨 배틀의 전개를 모두 지켜보고 리셋으로 현실로 돌아오게 된 주인공은 직접 몸을 일으켜 전유라에게 말을 거는군요. 학장 가라사대 용기는 외롭지 아니한 바, 창작된 소설로도 볼 수 있는 노벨 배틀 속 인물들에게 용기를 전해받은 주인공은 돌아온 현실 속에서도 용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책을 덮은 뒤 독자가 해야 할 일 또한 분명해지죠. 소설 속의 주인공인 김태민에게 독자가 용기를 받았다면 말입니다.
이 외에도 후속권에 소설에 대해 고찰하는 작가의 메타적 서술과 언급은 계속되는데, 작중에 이미 서술된 달빠소설을 컴퓨터로 읽게 되는 주인공이나 학교라는 작품 속에 갇힌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그런 등장인물 중 하나인 학장과의 불가피한 이별, 한 명의 학장이라는 인물에서 파생된 또다른 학장과 4권 말미 사서선배의 장광설 등이 있겠죠. 특히 국어선생이 <노벨 배틀러>라는 소설을 쓰며 엔딩은 이미 정해놨지만 완성이 되질 않아 민현주를 뺑뺑이시킨다는 발언은 저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던데, 하기야 3, 4권은 너무 미스터리에만 집착하긴 하더군요. 뭐 재미야 있었습니다만.
아마 5권의 결말도 이런 내용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창작자가 창작자를 창조하고 소멸시켜 12년을 되감아지던 이야기는 학교라는 작품의 물리적 제약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텍스트 내부에 갇혀 계속해서 순환하지만, 외부의 독자가 인과관계를 따지는 게 무의미한 사건의 나열인 고립된 글 자체에 상정되는 가치를 믿는 순간 반복되던 이야기는 결국 글 속을 벗어나 주인공과 독자에게 도달하고 그로 인해 현실을 바꾸게 되는군요. 이 모든 것들을 흔해빠진 클리셰와 직관적인 내용 속에 감춘 작가의 역량엔 탄복하게 되네요.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 제가 이런 말하긴 뭣해도, 미안하지만 이건 제 생각이고 다른 분들, 특히 라노베의 주 독자층인 중고생들이 이런 제 의견에 동의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벌써부터 귓가에 '라이트노벨이 가볍게 읽히면 되지 뭘 그렇게 깊이 따져가면서 읽냐' 고 투덜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군요. 근데 그렇다고 표면적인 내용만 보게 되면, 음... 솔직히 그렇게까지 훌륭하다기엔 좀 그렇네요. 스토리와 주제는 좋지만, 그걸 끌어나가는 힘은 약하고 캐릭터는 몰개성합니다. 왜 보르자가 모에를 빙자한 청소년소설 작가라고 불리는지 알만하군요. 이런 건 호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악평이 될 수도 있겠죠. 보편적인 주제 성취를 위해 등장인물까지 보편화시킨 건 알겠지만, 그래도 기왕 예쁜 일러스트까지 달아줬는데 아깝잖습니까. 모에를 추구하는 한 명의 씹덕으로서 이런 점은 묵과할 수 없군요. 
종합하자면, 글쎄요, 저야 읽으면서 굉장히 흥미로웠고 또 오랜만에 정말로 즐거웠던, 매우매우 높은 평가를 내리는 작품이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이런 말까지 하긴 좀 그렇지만, 인기 없을만 합니다, 네. 안타깝게도.


<노벨 배틀러> 이후 동 작가가 쓴 작품들만 보더라도... 아마 한국 라노벨 시장에 이 정도의 고찰을 담은 글이 다시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이후의 작품들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위한 어떠한 시도도 용서가 되던 시절의, 재능 있는 작가가 자신이 믿던 장르 위에서 스스로의 포부를 펼치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던 기적과도 같은 작품이에요. 작품에 대한 평가는 서로의 주관성이 가지는 영역일 뿐이겠지만, 세상이 모르는 작품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 용기는 어떻게든 존중해주고 싶네요. 훌륭하기 그지없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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