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그곳은 치아를 교정하거나 치료(라고하며 실상은 부수거나 뽑아내는 곳)하는 곳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곳 중 하나가 치과인데, 그렇다면 아이들은 왜 치과를 무서워할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 근본적인 이유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입 속은 인간에게 있어서 무척 민감한 부분이다. 생존 및 오락을 위해 음식을 씹어삼키는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데, 음식을 잘게 다져 소화시키기 용이한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 외 부수적으로 맛을 느끼는 혀도 있지만 주제에서 벗어났으니 논외다.

아무튼 음식을 삼키는 것을 열중한 나머지 치아의 상태를 소홀히 하면 치과에 오게 된다. 주요 원인 중에는 구강 내에 이물질이 오래 되어 변질해 굳어져 악취를 내는 것이 치석, 또한 그것이 치아를 썩게 만드는 것이 충치가 있다. 하지만 충치의 경우는 단지 방아쇠일 뿐. 주요 원인은 잇몸 속에 파고 든 신경이다. 부패해가는 치아로 인해 잇몸과의 면적이 벌어져 썩은 치아가 작은 충격에도 흔들려, 치아와 연결된 신경이 통점을 자극해 사단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음식물을 섭취할 때마다 입 안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이 무척 걸리적거려 치과를 찾게 되는 것인데, 치료 과정 또한 충치와 맞먹는 고통을 수반하기에 아이들은 치과를 무서운 곳이라 생각한다.

그 이외에 무서운 점을 고르자면 아이들의 상대적인 개념에 따라 좌우된다. 어느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울음 소리로 공포심이 증폭되어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거나, 어느 아이는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와 뭔가가 갈리는 소리로 다시 쓸데없는 상상을 하게 된다거나, 어느 아이는 병원 특유의 비릿하고 알싸한 소독약 냄새를 맡고 주사 같은 걸 떠올려 무서워 한다거나 말이다. 아니면 치과를 다녀온 지인이 치과는 무서운 곳이라고 말하거나, 우연히 소문을 듣거나, 어른들의 좋지 않은 습관으로 자꾸 울면 치과에 보내버린다든가 하는 등으로 아이를 다그친다거나 말이다.

치과는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되는 장소. 하지만 치과를 가지 않으면 치석이나 충치를 제거할 수 없다. 그러기에 앞서 치석이나 충치가 생기지 않게 양치를 꾸준히, 그리고 꼼꼼히 해야겠지만 이런 얘기를 해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니 이미 치과에 온 이상 어쩔 수 없다.

이유야 뭐가 되었든 정보를 수집하는 오감 중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이 있는데, 치과의 경우 대부분의 이유가 시각과 청각, 촉각이 해당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아이들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시각과 청각, 촉각을 차단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럴 수 있다면 의학 업계상 진즉에 그랬을 것이다. 고로 실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우선 치과에 대한 역사 같은 선입견이 이미 아이들에게 널리 퍼진 터라 쉽게 떨쳐낼 수 없다. 치과하면 당장이라도 질색을 하는 아이들이 많으니 그 점을 개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시각적 정보의 경우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아이는 이미 치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리잡아 반드시 무서워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개념은 청각과 촉각도 해당된다.

그렇다면 기존의 인식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대책을 세우면 어떤가? 그 점은 여러 모로 고려를 하는 중이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개선안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심리학에서도 알려진 방법인데, 극도의 공포를 느끼게 되면 되려 안정감을 찾으려는 인간의 반사작용을 이용해 공포를 겪게 한 후 반대로 안심히 되고, 귀여운 것을 봐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채택했다. 일부 의사들은 아이들의 공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시각적인 효과를 보다 증폭시켜 귀여운 장신구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치료에 임하지만, 역시 입 안을 치료하게 되는 순간만큼은 아이들의 공포심이 살아나게 된다. 요컨데 이 방법은 아이들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에만 해당된다.

또한 청각적 정보의 방지를 위해 두꺼운 벽을 만들어 대기하는 환자들에게서 격리를 하는 차원의 방음을 한다 하여도 여러 모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일단 병실 수준의 벽을 만들어 대기 환자와의 소음을 차단한다 하여도 이것은 일개 치과에서 수용할 만한 비용이 못 된다. 즉 아이들의 공포심을 해소시켜 줄 지 없을 지 모르는 것에 비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 정신공황을 안고 있어 최대한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고작 아이들에게 비명이나 드릴 구동음을 들려주지 않기 위해 이런 방음 설비는 너무하다. 쉽게 말하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같은 격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촉각의 정보. 즉 통점이다. 통점의 경우 직접적인 통점과 간접적인 통점으로 나뉘는데 치료를 겪는 아이들은 이 두 가지 통점을 고루 겪게 된다. 치아를 부수고 깨트리는 등의 과정을 겪으며 반드시 통증을 수반하게 된다. 이런 직접적인 통점이 방아쇠가 되어 몇 번을 쉰다 하더라도 기억에 의해 간접적인 통점을 겪게 된다.

조금있다가 다시 아파질 거야. 라는 생각과 이전의 기억이 맞물리며 고통을 수반하게 되니 이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게다가 수반되는 고통에 비해 충치나 치석을 제거하는 시간도 그리 짧다고는 할 수 없기에 시간을 두고 보다 확실하게 트라우마가 자리하게 된다.

실제로 치석을 제거하는 경우든, 충치를 빼내는 경우든, 신경이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치아를 제거하는 경우든 치과에 간다는 말 자체로 벌써부터 정신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그래서 순진무구한 아이들은 원한다.

고통 없이 충치를 제거하고 싶다. 혹은 일부 아이들은 입냄새가 나지 않게 치석을 고통 없이 제거하고 싶다. 더 나아가 이빨을 닦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냄새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등을 열거하며 소원을 빌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에는 아이들의 염원을 이루어 줄 정도의 기술은 아직까지 개발 단계에 머물러있다.

고통 없이 충치만을 제거하는 마법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치석이 쌓여서 굳어지지 않게 치아 겉표면에 언제든지 붙였다 떼는 편리한 얇은 막을 칠 수도 없다. 입냄새가 나지 않도록 언제나 청결한 상태의 구강을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로 치과는 최후의 수단이다. 개인이 어떻게든 노력을 기울여 상태가 나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 뿐이다. 때문에 치과 의사들은 양치를 하루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그러나 치아를 뽑아야 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만은 아니다. 어쩌면 반드시 필요한 경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당신의 이가 전혀 썩지 않게 되고, 뽑지 않아도 될 정도라 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치과에 갈 의무가 없다. 이가 썩지 않는데 치과에 갈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치아는 썩지 않는다 하여도 현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바로 새로운 치아의 생성이다. 즉 썩어서 뽑아낸 치아의 자리에 새로운 치아가 생성되는 것이다. 약간 중2병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재생을 위한 파괴라고 해야할까?

만약 치아가 썩지 않는다면 뽑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자라나는 치아는 어디에 생겨나야 되는 것인가? 이미 치아들은 제각기 자리를 잡고 있는데 어디에 생겨나야 되는 것인가?

에이. 대충 낑기지 뭐.

그렇다. 이미 자리잡은 치아 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들어 새로히 생겨날 것이다. 혹은 입천장이나 잇몸의 애매한 곳으로 치아가 돋아날 수도 있다. 큰 틀에서 보자면 새로운 치아의 생성으로 구강 구조가 변화하여 골격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단 빠지는 치아 없으니 이미 생성되는 치아의 역할은 전무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치아의 본래 역할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음식물을 잘게 씹는 용도다. 그런데 빠지는 치아가 없다면 다시 생겨날 치아는 쓸데없이 입천장이나 어금니나 사랑니보다 훨씬 구석진 곳에서 생성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겨난 치아는 골격의 변형 및 본래 의도를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또 다른 고통을 수반시킬 수도 있다.

치아와 치아가 서로 맞대어 음식물을 씹는 과정에서 쓸데없는 치아의 생성은 치명적이다. 단순히 생각하자면 인간의 치아는 윗니와 아랫니가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쓸모없는 치아가 윗니든 아랫니든 혹은 가장 구석진 곳이든 생겨난다면 맞댈 치아가 없는 이상 어딘가와 맞댈 수 밖에 없다.

잇몸과의 충돌. 치아가 잇몸과 부딪히면서 생기는 고통 또한 충치의 고통에 비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잇몸은 연약한 살 덩어리지만 치아는 무기질이다. 단순히 생각을 해보자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어딘가에 뾰족한 돌로 자기 손을 찍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고로 인류가 보편적이며 효율적인 치료법을 만들지 않는 한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라 할 지라도 치과의 존재는 필요악이면서도 필수불가결 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치과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무서워 하는 것처럼 이를 고치기 위한 개선안도 쉽사리 세워지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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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치과에 대한 얘기로 가득했지만, 본래 의도는

하나도 안 아픈 치과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단순한 소망이었습니다.

아니면 모 애니메이션처럼 충치 전쟁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발상이었습니다 ㅠ;